아픈 사랑의 기억을 다 지우고 싶다면 챙겨보기 좋은 로맨스작, 영화 이터널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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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선샤인에서 보여주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로맨스는 아픈 기억만을 지울 수 있다라는 놀라운 설정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겪는 연애처럼 좋았던 시절과 나빴던 시절 등 온갖 우여곡절로 가득하지만, 영화 이터널선샤인은 이들의 사건을 시간순서로 보여주지 않고 순서를 뒤바뀌어 보여주게 됩니다. 이 영화는 과거 연애의 기억을 부분으로 지우는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 이들이 보여주는 이별과 사랑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 여자친구 클레멘타인이 자신을 모른 척하자 자신을 지웠다는 사실을 주변인들의 말로 알게 된 주인공 조엘은 자신도 똑같이 기억을 지워버리기로 결심합니다. 기억 지우는 시술을 받는 조엘의 모습을 표현하는 영화의 표현력이 참 압권입니다. 예를 들면 둘이 도서관에서 만났으면 같자기 책의 글자들이 없어지더니 나중에는 책이 막 날라가는 식으로 연출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조엘은 자신이 여전히 클레멘타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기억에 있는 클레멘타인을 숨겨주는 등 자신의 마음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데 이게 조엘의 배우인 짐 캐리의 연기로 더 빛을 발합니다..
앞서 말했듯 이터널선샤인의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전개되지 않기에, 관객은 처음에 의아해하며 따라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레멘타인의 머리카락 색깔로 현재와 과거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촬영할 때는 시간순으로 진행해서 찍은 것이 아니라서 전부다 가발이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기억을 지워주는 '라쿠나'회사의 원장 하워드와 그 회사의 직원인 메리의 이야기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사랑의 보편적인 면을 보여주며 각기 다른 사람이 같은 실수로 다시 상처입는 모습을 통해 메인 스토리에 힘을 실어줍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의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이터널 선샤인'은 상상력 가득한 일련의 부조리한 모습을 통해 사랑의 존재에 대한 기발함을 보여주며 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삶의 단순함을 천재적인 이야기로 바꾼 구조를 더 잘 감상하는 한 가지 방법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크레멘타인의 머리색깔을 기억해가며 살펴보고자 합니다.
해변 파티에서 처음 만난 조엘과 클레멘타인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화창하며 추운 어느 날 한 해변 파티를 가게 됩니다. 조엘은 눈에 띄는 주황색 스웨터를 입은 한 여성에게 눈길이 갑니다. 이름이 클레멘타인으로 밝혀진 그 여자는 굉장히 적극적인 성격이었고 이윽고 조엘에게 다가와 갑자기 치킨 한 조각을 가져가자 조엘은 굉장히 당황합니다. 두 사람은 알고보니 이 파티에 오긴했지만 뻘쭘해하던 중 서로의 사회적 어색함을 공감하며 해변의 별장 주변에서 대화를 하면서 곧바로 친해집니다.
첫만남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클레멘타인에게 질린 조엘은 약간은 굴욕적이고 약간은 흥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서 도망치듯 문을 나섭니다. 영화의 복선이기도 한 장면으로 볼 수 있는데 클레멘타인은 "몬탁에서 만나"라고 속삭이며 나중에 일어날 기억이 없어지고 몬탁에서 둘이 만날 사건을 암시합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연애기
그 이후 조엘은 그녀를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데이트 신청을 하기 위해 클레멘타인이 놀라게도 그녀의 직장으로 직접 방문합니다. 클레멘타인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려주며 경고 아닌 경고를 합니다. 자신은 어떤 개념의 정형화된 반응이 아닌 자기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고 손이 많이 가는 여자라고 조엘에게 알려줍니다. 클레멘타인의 사전 경고도 조엘은 자신의 마음을 꺽을 수 없었고 그녀가 자신의 삶을 구해줄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빼앗겨버립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몇 번의 데이트 후엔 서로가 서로에게 천생연분이라는 것을 깨닫고 진지한 관계가 됩니다. 이 때 조엘이 연애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더불어 우울함과 그리움의 감정을 오가는 모습은 짐 캐리의 가장 찬사받는 연기이기도 합니다. 각본가인 찰리 카우프만도 짐 캐리의 연기가 이정도 까지인줄은 몰랐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두 사람은 아름답지만 겨울이라 꽁꽁 얼어붙은 보스턴의 찰스강에 가서 광활한 얼음과 주변의 자연에 나란히 누워 행복과 밤하늘의 별빛에 압도당합니다. 그렇게 영화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조엘이 클레멘타인을 따라 그녀에 대한 기억 지우는 절차와 맞물리며 그 행복을 중단시키려는 시술의 집요한 시도로 인해 중단되어버립니다. 그 때부터 관객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첫만남의 사건부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혹은 뒤의 사건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됩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갈등
이 시점부터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서로에 대해 그토록 사랑해온 것들이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수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적극성에 반한 것일텐데 이제는 그녀가 말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고, 클레멘타인은 서로 긴밀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뭐 사실 성향상 조엘은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절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점은 바뀔 수없는지라 클레멘타인을 괴롭힙니다. 이 순간부터 '이터널선샤인'은 마치 흔한 현실적인 이별 영화가 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연락이 뜸해지고 이제 그들의 친밀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실체가 없어집니다. 거기에 그들은 그들을 커플로 보는 방식과 같은 사소한 작은 일에도 다투기 시작하는 커플이 되어버립니다.
돌아보면 이 갈등은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다툼이 최고의 절정인 것 같습니다. 조엘이 클레멘타인을 마지막으로 본 날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만취가 된 상태로 집에 돌아와 조엘의 차를 찌그러뜨렸다고 말합니다. 이쯤부터는 관객마저 고통스러워집니다. 감정이입일 수도 있겠으나 이어진 말다툼은 이제 두 사람에게 서로 상처를 남기는 끔찍한 말을 퍼붓습니다. 그렇게 그날 클레멘타인은 집을 나가버리고 조엘과 클레멘타인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납니다.
조엘을 기억하지 못하는 클레멘타인
그토록 치열했던 싸움 이후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화해하고 싶어 찾아가지만 그녀는 전화번호를 바꾸고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너무한 클레멘타인에게 관객도 화가 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영화 이터널선샤인은 이별의 모든 단계를 필터 없이 보여주기 때문에 이별 후 과자와 주전부리를 들고 보기에 완벽합니다. 클레멘타인의 머리카락은 그녀에 감정상태에 따라 변하는데 이제 이단계에서는 눈에 띄게 새파랗게 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조엘과의 격렬한 이별의 기억이 사라져 클레멘타인 그녀 자신도 왜인지하지 모르는 우울함을 상징합니다. 클레멘타인이 자신을 아예 무시하는 건지 대놓고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하니 조엘은 절망해버리고 그 모습에 조엘의 친구 롭은 라쿠나사에서 지인들에게 뿌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클레멘타인이 전남친 조엘을 기억에서 지워버렸으니 두 사람의 관계를 그녀 앞에서 언급하지 말라'는 내용의 카드를 조엘에게 보여줍니다.
조엘은 영화전반적으로 클레멘타인에 비하면 침착하며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극도로 어려워하는 인물입니다. 그도록 진정으로 아끼던 사람을 잃었다는 죄책감과 후회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을 울렸고 이 상황이 진정 안타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엘은 차라리 클레멘타인이 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채 사는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기억삭제수술 전 시간 또한 고통스럽게 보냅니다.
헤어진 연인을 기억 속에 묻지 않고 지운다는 것
영화 이터널선샤인의 조엘이 기억 지우기 시술을 받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대대적으로 보여줍니다. 바꿔말하면 이 장면은 사실은 가상현실이지만 그가 목격하는 모든 것이 그에게는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가상현실같은 상황에서 조엘은 그토록 싫어하던 순간이 많았지만 여전히 클레멘타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처절하게 시술을 중단하기 위해 기억을 지우는 걸 멈취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하지만 라쿠나직원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외침이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조엘은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클레멘타인을 그녀가 속하지 않은 곳, 예를 들면 자신의 어린시절 과 같은 곳으로 데려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데려감으로써 잠시 지우기를 멈추는 데 성공하는 듯 보입니다만 라쿠나의 직원들은 그렇게 놀다가 이게 왜 제대로 안되지 하면서 제대로 시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결국 기억 삭제 기술이 최종 승리하고 수술은 완료되어 클레멘타인의 기억은 사라집니다.
어차피 될 연인은 다시 된다
갑자기 조퇴하고 땡땡이를 치고 몬탁에 간 조엘과 그 곳에서의 클레멘타인과의 우연한 만남은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사건입니다. 관객들은 아무 의심없이 이 커플이 이렇게 만나는 구나하지만, 실제로는 이터널 선샤인의 주인공 두 사람이 기억을 지워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다시 초면으로 만나는 두 번째 만남 장면입니다. 기억을 지웠음에도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몬탁으로 여행하고 싶은 묘한 충동을 느끼며 홀로 해변을 산책합니다. 조엘은 추운 겨울에 일기장을 꺼내서 쓰는데 일부는 찢어져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클레멘타인이 먼저 말을 걸어 조엘과 대화를 시작하고, 클레멘타인은 유명한 민요인 클레멘타인인 자신의 이름으로 놀리지 말라고 하는데 조엘은 그 흔한 민요가 뭔지도 모릅니다. 알고보면 기억을 지웠기에 클레멘타인 노래마저도 뇌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어쨌든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서로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심지어 두 사람은 같은 역에서 내리게 되는 등 나중에 다시보면 이해되는 우연의 일치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에게 차를 태워다 주겠다고 제안하고,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흔쾌히 술 한 잔 하자고 초대합니다. 다시 보면 더욱 강렬해지는 사랑이 되는지, 두 사람은 알고보면 예전에 했던 것처럼 얼어붙은 강으로 가서 다시 나란히 누워 별을 바라봅니다.
서로의 진실을 알게 된 조엘과 클레멘타인
이터널 선샤인은 '사람은 괜찮은데 시기가 안좋았어 사랑은 타이밍이야' 라는상황속에서 창의적으로 시기를 바로잡아 두 주인공에게 다시 만날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합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라쿠나 직원이었던 메리가 격분해서 모든 수술을 받은자에게 보낸 각자의 수술이 시작될 때부터 녹음된 테이프를 받게 되는데, 이 테이프에는 민망할 정도로 서로의 최악의 모습을 묘사하여 험담하고있었습니다. 당황한 조엘은 이 모든 것이 장난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클레멘타인이 조엘의 테이프를 듣자 진실을 알게되고 두려워합니다.
클레멘타인은 처음 만났을 때 조엘이 떠나버렸던 것처럼 도망치려 하지만 이번에는 조엘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마침내 두 사람은 누군가에게 헌신하는 것이 편리한 것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상처를 안고가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녹음된 두사람의 테이프는 처음에는 파국으로 이르는 듯이 보였으나 두 사람에게 서로에게 바라는 모습만을 찾는 것을 멈추고 서로를 끝까지 안고 진정으로 서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합니다. '이터널선샤인'은 관객들에게 완벽한 커플은 없으며,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끝까지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클레멘타인이 언젠가는 단점을 찾게 될거고 헤어질거라고 걱정하자 조엘은 '괜찮아'라며 단순하고 깊은 대답을 합니다. 너무나 손쉬운 해결책의 답변에 클레멘타인은 울을 듯 웃을 듯 오케이라고 답합니다. 이 애정어린 대사는 영화의 아름다운 새 출발의 신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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