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 시즌2의 영광스런 마지막
(주의)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영광스러운 목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로키가 이야기의 신이라는 칭호에 맞게 멀티버스 그 자체로서 우주의 나뭇가지들로 자신을 감싸며 마법을 불어넣은 뒤 자신의 나무로 재구성하는 것으로 사실상 끝이 납니다. 하지만 로키 시즌2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손에 땀을 쥐게하는 결말 보다는 뭔가 아련하고도 슬픈 아스가르드인 로키의 희생 이후 어떻게 다들 지내는지에 대해 몇 가지 짧은 장면을 덧붙여 보여줌으로써 마무리합니다. 로키가 타임슬립을 하게 되고 직조기를 파괴되기 직전에 무엇을 돌려놔야 재앙을 막을 수 있는지를 수세기에 걸쳐 연구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자기자신이 직조기를 파괴하고 무한히 성장하는 다중 우주를 다루는 단독 책임을 맡는 이야기의 신이 되면서 TVA가 기존처럼 계속 존재할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변종을 찾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새로운 목적을 찾으며 조금씩 변화된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보여지는 느낌입니다.
O.B.는 TVA로 돌아와 번듯한 기술 전문가로 다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여 반갑습니다. 그리고 TVA 가이드북의 두 번째 판을 집필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극중에서 사실 그 어떤 악역보다 무서운 반전이었어서 조바심내며 지켜본 미스 미닛은 재프로그래밍이 되었는지 다시 일을 하고 있는 보습입니다. B-15가 한 말처럼 이번에는 죽이려 들지 않길 바래야겠습니다. 그렇게 케이시와 B-15도 돌아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비춰주는데, TVA의 지도부가 독재적이었던 이전에 비하면 훨씬 민주적으로 변화되면서 그들도 더 많은 권한과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들이 모인 미팅룸은 예전에 권위적인 소수의 상급자들이 모여 앉아 토론하는 공간이 아니라 뭔가 민주적으로 바뀐 TVA 조직 가치의 변화를 반영하듯이 예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도 많이 보이고 더 많은 목소리를 내도 되는 활기찬 공간으로 그려집니다. 정확히 드러나진 않더라도 B-15와 모비우스의 대화를 살펴보면 바뀐 TVA의 새로운 일이나 목표는 '남은 자'의 다른 변종들이 어디 있는지 살피면서 지속가능한 멀티버스의 평화를 지키는 것임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로키 시즌 2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보다는 뒤에 공개가 되었는데 모비우스의 보고서에서 그는 616 우주에서 발생한 남은자 변종 사건을 말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잘보면 모비우스는 정복자 캉이 출연했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뭔가 아련한 중에 다른 영화와의 접점이 다루어져서 반가웠던 부분이었습니다.
로키 시즌 2의 에피소드 4편에서 제거 당한 이후 어떻게 됐는지 업데이트가 없었던 라보나 렌슬레이어가 무엇인가 보이드 같은 황폐한 땅에서 갑자기 깨어나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시즌 1에서 로키의 장면과 대치되는 장면 같기도 합니다. 라보나는 그 곳에서 이제 시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왕국의 수호자인 알리오스라는 초시간적 보라색 존재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녀의 앞에 대피라미드와 파괴된 TVA 로비 문구인 '언제나 영원토록, 늘 변함없이 '와 스핑크스가 등장하는 장면은 절묘한 배치로 보입니다. 어쩌면 퀀텀마니아의 마지막에 등장한 또 다른 캉 변종인 라마툿으로 알려진 시간 여행 파라오와 그녀 사이의 잠재적 연관성을 복선으로 암시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 성인 빅터 타임리는 딱히 보이지 않는 대신 시카고에서 그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빅터가 창턱을 보려고 뒤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고 커튼만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라보나가 창문 너머로 책을 건네던 사건이 처리된 것을 유추할 수 있으며 이 새로운 현실에서 타임리의 미래는 라보나의 계획대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소년은 '남은 자'가 될 수 있는 길을 가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양초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비추며 시간선이 보존되었음을 나타냅니다.
마지막으로 이 에피소드는 모비우스와 실비를 비춥니다. 신성한 타임라인에서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비가 모비우스를 구박한 후, 모비우스는 이제 TVA를 떠나 실비를 곁에 두고 자신의 변종인 돈(Don)이 두 아들과 집 앞 잔디밭에서 노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봅니다. 실비는 그런 모비우스에게 마당 잔디를 손봐야겠다는 모비는 "어디 가세요?" 실비에게 물었지만, 실비는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하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당신은요?" 실비가 미소지으며 묻습니다.
"그냥 여기서 조금 기다릴게요." 모비우스가 대답합니다. "시간이 지나가게 놔두려고 해요."
그렇게 실비가 시간의 문을 통해 떠나고 모비우스는 홀로 남겨져 예전의 아득한 삶을 바라봅니다. 모비우스는 지금 보고 있는 가족이 자신의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에 약간의 슬픔을 느끼면서도 행복하고 평화롭게 그 자리에 서 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카메라가 다시 줌아웃되어 로키가 비춰지는데 시간의 끝에서 모비우스를 지켜보며 그의 '영광스러운 목적'이라는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치 희미한 미소를 짓는 듯합니다. 외로운 왕좌에 오른 로키가 이에 위안을 삼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장면은 더욱 처절하게 다가옵니다. 모비우스와 실비가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이 여운을 주면서 마무리됩니다.
로키가 이 둘에게 건넨 마지막 대사는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 내가 어떤 신이 되어야하는지 알아. 너희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였습니다
이 대사는 '토르 천둥의 신'에서 로키가 라우페이를 죽이고 토르와 싸우다 죽기 직전 오딘에게 로키가 남긴 대사인 ' 제가 해낼 수 있었다고요. 아버지 당신을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라는 대사와 완벽하게 병치됩니다. 로키는 장난의 신으로 한때 가족을 포함한 누구라도 해치는 한이 있어도 누구보다 왕좌를 차지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그는 자신을 희생하여 왕좌에 올랐고 마블에서 이토록 커다란 성장과 진화를 이룬 캐릭터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로키3의 가능성
이야기의 신 로키는 명백하게는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못합니다. 이 먹먹함을 본다면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이 동시에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선택의 자유를 누리며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로키는 눈물을 흘리며 그 모든 것이 가치가 있었다고 미소지으며 에피소드가 끝납니다.
아스가르드인인 로키는 MCU에 등장하는 동안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마침내 토르, 오딘, 프리그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신이 되었지만, 그들 중 누구도 로키가 자신이 바라던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윗단락에 이야기 했지만 로키는 완벽하게 진화한 슈퍼 히어로를 뛰어넘는 존재로 변모했습니다. 마블은 아직 로키의 세 번째 시즌이 제작될지 여부에 대해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번 예고한 것 처럼 이번이 마지막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과유불급인 상황으로 그 어떤 대안도 이 시리즈만큼이나 훌륭하게 마무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즌 2에는 사실 시즌 1에서 빌드업해둔 서사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로키를 2021년 완다비전의 시즌에 필적할 만한 MCU 시리즈의 최고의 작품으로 되돌려 놓았다고 봅니다. 시즌 1과 시즌 2 두 번의 마지막 에피소드을 통해 로키는 말그대로 마블 스튜디오의 그 어떤 영화나 TV 시리즈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으며, 지저분한 CG 잔치라든지 다음 작품의 홍보와 맞아떨어지기 위해 각본이 몇십번씩 수정되야하는 다른 마블 작품처럼 캐릭터의 스토리가 훼손되지 않고 만족스러운 결말을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금 그 사실에 감사합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의 로키의 캐릭터는 수년에 걸친 그의 여정을 완전히 실현했으며, 이제 그는 멀티버스 사가의 지속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아스가르드인이자 MCU의 권력자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끝내기 아쉬우니 몇개의 인터뷰를 살펴보겠습니다. 마블 수석 작가인 에릭 마틴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작품을 책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접근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즌 1, 전반부. 시즌 2에서는 로키와 TVA에 대한 책을 마무리합니다. 그 이후에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어요. 두 시즌에 걸쳐 완전하고 완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이 말은 즉슨 이 시즌2가 마지막이자 마무리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총괄 프로듀서인 케빈 라이트는 인터뷰에서 캐릭터의 미래에 대한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 마블이 언젠가 2018년 인피니티 워 이후 처음으로 로키와 그의 형제 토르가 재회하는 것이 "희망"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라이트는 "로키와 토르가 다시 한 번 태양을 비추는 장면은 항상 우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선순위였습니다. 하지만 그 만남이 진정으로 완성되려면 로키가 감정적으로 어떤 지점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번 두 시즌의 목표였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언급한 걸로 보아 마블의 다양한 변화를 볼때 로키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희망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결국 전직 장난의 신이었던 로키가 MCU의 멀티버스에 어떤 새로운 책임을 맡게 될지, 그리고 마블이 조나단 메이저-캉 더 정복자 사태에 대해 어떻게 나갈지는 앞으로 릴리즈 되는 작품들을 보며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주인공 캐릭터 로키에게 제대로 된 용두용미 결말을 선사한 로키 시리즈 모든 제작진에게 감사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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