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N TV SHOW

영화 그레이맨 결말의 실마리와 속편 여부

by 망고푸딩이 2024. 3. 7.

영화 그레이맨의 결말해석


주의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하지 않으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루소형제의 넷플릭스영화 '그레이 맨'의 결말은 몇 가지 사건들의 실마리는 마무리하는 동시에 다른 여지를 남겨둔 채 끝을 맺습니다. 영화 그레이맨은 최초에 2011년 그레이 맨이 영화로 각색될 것이라고 발표한 후, 앤서니와 조 루소 감독과 넷플릭스에 의해 채택될 때까지 한동안 개발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넷플릭스에서 지금까지 영화 중 가장 제작비가 높은 작품이 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배경으로 인해 2탄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작비로 인해 또 실제로 찍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영화 그레이맨의 결말과 현실적인 속편 계획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그레이 맨은 마크 그리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주연으로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에반스, 아나 드 아르마스 등이 출연하는 작품니다.

그레이맨의 결말에서는 수잔이 사망한 로이드 핸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계획을 짜고나서 CIA의 최고 수뇌부가 데니 카마이클, 수잔 브루어, 다니 미란다에게 면죄부를 주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로이드 핸슨은  정식멤버는 아니지만 어차피 여러모로 쓰일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패 였고, CIA의 다른 사람들은 로이드가 시에라 식스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리스크를 만들어 냈다고 믿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수잔의 아이디어는 정작 그녀에게 가장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제시카 헨윅의 캐릭터는 영화 내내 많이 카마이클보다는 약해보였었지만, 로이드를 죽이고 문제의 증거가 담긴 드라이브를 파괴한 그녀는 이제 카마이클과 같은 수준의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한편 고슬밥 시에라 식스는 완치된 후 멋지게 병원에서 탈출해 철벽 보안의 시설에 감금되어 있던 인질의 클레어를 구출하러 갑니다. 이 부분에서 고슬밥에 치일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마지막에 그들은 차를 몰고 떠나고 마치 상황은 급한 불은 꺼진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그레이 맨은 다소 빵빵 터지는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서도 속편을 염두에 둔 해결되지 않은 줄거리의 맥락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루소 형제는 이 액션 스릴러가 시리즈의 서막이 되기를 바랬고, 열려있는 않은 많은 이야기를 앞으로 풀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렇다면 CIA에서 카마이클과 수잔의 배후가 누구일까요? 그레이 맨의 결말에 대해 알아봅니다.

 

로이드 핸슨과 카마이클과 수잔 그리고 CIA

로이드 핸슨과 수잔 브루어는 영화 내내 자주 충돌하는데, 돌이켜보면 한 가지 인연으로 인해 둘의 관계가 완전히 반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로이드 핸슨은 책임질 사람이 없어 자기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는 사이코패스에다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암살자로 보입니다. (캡틴인 크리스 에반스가 악역으로도 나오니 사실 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로이드는 수잔과 마이클과 함께 하버드에 다녔고, 영화에서는 둘이 친구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부를 수 있다면). 이런 인연으로 당시 둘은 함께 CIA에 입사하기도 했지만, 로이드의 취향에 전혀 맞지 않아 5개월 반 만에 퇴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카마이클이 공식적인 자격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알고 지낸 친구이자 지인에게 부탁한 것이 이해가 됩니다. 카마이클과 수잔이 CIA에서 승진할 수 있었던 석연찮은 상황을 고려하면 로이드가 기관에 깊이 관여할 수 있었던 상황이 이해도 됩니다. 로이드는 친구로부터 미션을 받으며 자금을 지원받고 있었고 시에라 식스를 잡을 때 폭력에 대한 그의 성향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카마이클은 궁극적으로 모든 암살, 폭탄 테러 등을 CIA가 아닌 경로로 전환하여 일을 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반면 수잔은 그다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았었습니다. 카마이클과 수잔은 CIA의 고위 간부로 등장하고, 이들을 은밀하게 돕는 누군가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옵니다, CIA 방식이 아닌 방법으로 진행하다 얻는 부수적인 피해 또한 CIA의 드러나지 않는 요원은 신경 쓰지 않는 것 처럼 보입니다. 카마이클과 이 정체불명의 인물이 하는 짓은 CIA라기엔 너무나 비인간적으로 피츠로이와 케이힐을 CIA에서 쫓아내고 시에라 요원들을 죽입니다. 이 미스테리한 인물이 속한 세력은 오랫동안 근무한 CIA 직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넘어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처음부터 이 카마이클, 수잔, 로이드를 준비시켰을 수 있습니다. 그레이 맨 감독인 루소형제는  2편의 가능성을 위해 이 떡밥일 수 있는 인물의 정체를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카마이클, 수잔, 로이드가 하버드 출신이라는 점과 그들이 어떤 질문도 추가적으로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영입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실 원작인 소설에서는 카마이클은 워싱턴 DC의 사우디 정보 책임자인 카즈와 비밀리에 동맹을 맺습니다. 카즈는 카마이클에게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일을 하도록 지시하며 카마이클을 조종하고 있었습니다. 카즈는 CIA가 승인한 임무에 관여하여 시에라 식스가 의도하지 않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격했고, 결국 카마이클은 암살자에게 시에라 식스를 현장에서 사살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카마이클의 배후에 누군가 조종하고 있기 때문에 그레이맨 속편에서는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카마이클과 수잔의 행동이 위기가 닥칠 때 노련하고 침착하기보다는 위의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미숙하게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악당의 최종 보스는 이미 내부적으로 거대한 세력을 갖추고 아마도 고위층과 함께 일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피츠로이와 케이힐의 희생


빌리 밥 손튼이 맡은 피츠로이와 앨프리 우더드가 맡은 케이힐은 시에라 식스와 클레어를 구해주고 싶었지만, 특히 그들은 CIA에서 밀려난 사람들이었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인맥이 있었지만 더 이상 실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신 라이언 고슬링의 시에라 식스가 자신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시에라 식스는 그레이 조직에서 일하던 사람으로서 정보를 발견하고 유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카마이클과 수잔, 그리고 CIA의 다른 사람들과 싸울 수 있고 클레어를 구하고 도망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레이맨은 직장에서 쫓겨난 후에도 여전히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과도 없고 클레어 외에는 가족도 없었지만 스스로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결국 피츠로이와 케이힐은 시에라 식스가 임무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목숨을 바쳤고 그 희생은 영화안에서  감동을 줍니다.


 

시에라 식스의 문신은 복선


라이언고슬링의 시에라 식스의 문신은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시시포스는 스틱스 강에 빠졌지만 결국 속임수를 써서 죽음을 피합니다. 이에 분노한 신들은 시시포스를 벌하기 위해 바위에 마법을 걸어 언덕 위로 밀어 올라가지만 바위는 정상에 도달하기도 전에 다시 굴러 내려오게 됩니다. 이것이 시시포스의 영원한 형벌이었습니다. 이는 여러모로 그레이맨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시에라 식스는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시시포스처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죽음의 위기에서 계속 모면한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시에라 식스는 영리한 머리로 영화 내내 수많은 암살자들이 그를 죽이려고 발악하지만 순간순간 죽음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시시포스 형벌은 또 다른 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도주하는 바위를 옮기는 끝없는 순환인 것 같습니다. 시시포스처럼 시에라 식스도 CIA에 갇혀 있다고 느꼈을 것이고, 그레이 맨에 대한 치밀한 계획들은 그를 반복적인 고통의 상태에 놓이게 합니다. 줄리아 버터스의 클레어는 시시포스가 언덕 정상에 도달한 적이 있는지 묻고, 이 대화에는 많은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시에라 식스가 자신만의 언덕을 언제까지 올라야할지 그는 영원히 CIA의 표적이 되서 도망자 신세가 될 운명일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장면은 액션영화의 큰 틀에서 보면 아주 작은 순간이지만 그레이맨에 대한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레이맨 속편 가능성과 결말이야기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그레이 맨의 결말은 열린 결말을 남겼습니다. 문제의 드라이브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시에라 식스와 아나 데 아르마스의 대니는 카마이클을 기소할 증거가 없습니다. 로이드는 죽었고 수잔 브루어는 카마이클과 함께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으며, 두 사람은 무죄 판결을 받은 후에 자유롭게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속편의 빌드업이 되기 충분한 부분입니다. 결정적으로 영화 그레이맨은 앞부분에 다루었듯이 극중에서 밝히지 않고 뒤에서 활동하는 더 강력한 배후의 악당이 있습니다. 이것이 속편을 가능하게 만드는가장 큰 이유입니다. 1편은 끝났지만 시에라 식스도 다시 도주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화는 실제적으로 완벽하게 결말을 매듭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향후 속편을 언제든 작업하기 위한 의도적인 설정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레이맨 소설시리즈에 다루지 않은 여러 권의 책의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속편의 시나리오에 작업할 만한 자료로는 충분합니다.
영화 그레이맨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배신하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레이 맨의 신뢰라는 주제는 부패가 모든 곳에 존재하며, 특히 CIA 라는 첩보 기관에서는 처음에는 보호 수단으로 적용되던 규칙과 규약조차 이젠 어떤 이유로든 무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바로 그게 시에라 식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더라도 그들을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 이기기 위해서는 서로의 신뢰를 얻어야 하며, 같은 맥락으로 극의 기반이 되는 고위험 첩보 및 비밀 작전 임무의 세계에서는 신뢰의 문제가 치명적인 결과, 죽음 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시에라 식스는 그동안 고위급 요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했고 헌신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친 직장이 정작 자신을 외면할 때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특히 뼈저리게 깨닫는 것은 식스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레이 맨의 이 법칙은 등장인물 (그리고 저같은 관객)이 자신이 존경해온, 키워준 직장일지라도 이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을 품지 않으면 언제든 놀라거나 실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